1975년 일본 토에이에서 제작한 《비밀전대 고레인저》는 현재 ‘슈퍼전대 시리즈’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첫 전대물이기 때문이 아니라, 특촬의 핵심 요소인 팀워크, 색상 아이덴티티, 정의의 서사, 특수효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확립하였기 때문이다. 고레인저는 단순한 어린이 프로그램을 넘어, 일본 전대물 문화의 상징적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고레인저의 매력 – 원조 전대물의 힘과 기술적 혁신
고레인저는 1970년대 당시 일본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탄생되게 되었다. 고도성장을 이룬 사회 속에서 개인보다 팀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사회분위기가 이 작품의 기본 틀을 이루었다. 다섯 명의 요원이 각자 다른 능력과 색을 지니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설정은 단순한 히어로 서사를 넘어 사회적 비유를 가능하게 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팀 플레이의 시각화’였다. 이전의 히어로물들이 주로 개인의 능력에 집중했다면, 고레인저는 다섯 명이 함께 기술을 구사하고, 필살기를 조합하며,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구조를 통해 ‘협력의 미학’을 보여줬다. 예를 들어, 고레인저 볼이라는 팀 기술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 전대물의 상징적 장면으로 남았다. 또한 특수촬영 기술적 측면에서도 고레인저는 선구적이었다. 폭파 장면은 실제 폭약을 사용했으며, 와이어 액션과 미니어처 세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현실감 있는 전투를 구현했다. 당시 카메라 워크는 고정된 구도 대신 움직임 중심의 역동적 촬영법을 도입해, 히어로들의 속도감과 긴박함을 시각적으로 전달했다. 이런 연출은 후대의 ‘파워레인저’, ‘울트라맨 티가’, ‘가면라이더 쿠우가’ 같은 작품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결국 고레인저의 매력은 단순히 ‘첫 시도’라는 역사적 가치가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는 전대물의 대표격이 되는 표준 규격을 만든 기준을 제시해준 것에 있다.
스토리 구조의 완성도 – 정의와 희생, 그리고 인간성의 서사
고레인저의 스토리는 표면적으로는 악의 조직 ‘쿠로쟈크 군단’과 싸우는 정의의 요원들의 이야기지만, 내면적으로는 ‘국가’, ‘책임’, ‘인간성’을 고민하는 서사였다. 각 캐릭터는 군이나 정보기관 출신으로, 단순히 초능력을 가진 영웅이 아니라 훈련된 인간으로 묘사된다. 이 설정은 후대 전대물에서 ‘히어로의 인간화’라는 중요한 콘셉트로 발전했다. 스토리는 대부분 독립된 에피소드 구조를 따르지만, 전반적으로는 ‘희생을 통한 정의의 실현’이라는 일관된 테마를 가진다. 고레인저는 악당을 단순히 ‘악’으로 그리지 않고, 종종 사회의 부조리나 인간의 욕망이 낳은 산물로 그려냈다. 예를 들어, 과학 발전을 악용한 병기 실험이나 권력 남용을 상징하는 적 캐릭터들은 당시 일본 사회가 직면한 윤리적 문제를 보여주는 듯 하다. 또한, 감정선의 깊이도 돋보는데 동료를 잃거나, 임무 수행 중 개인적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 장면은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에서 보기 드물게 진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는 특수촬영이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정의의 무게를 다루는 드라마 장르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스토리의 전개는 ‘위기-결속-극복-교훈’의 구조로 이어지며, 각 회차의 클라이맥스는 항상 협력의 힘을 강조한다. 이 구도는 오늘날에도 슈퍼전대 시리즈의 전형적 서사로 계승되고 있다. 즉, 고레인저는 단순한 시초가 아니라 전대물의 서사 언어를 완성한 작품이다.
캐릭터 분석 – 색상으로 구현된 상징성과 철학
고레인저의 다섯 캐릭터는 단순한 색상의 구분을 넘어, 인간의 성향과 가치관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존재들이다. 아카렌쟈(빨강)는 리더로서 열정, 용기, 희생을 상징한다. 감정 표현이 강렬하고, 책임감을 앞세우며 팀의 중심을 잡는다. 아오렌쟈(파랑)는 전략가적 성향으로 냉철함과 분석력을 대표한다. 그는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팀을 위기에서 구하며, 감정보다는 논리를 중시한다. 키렌쟈(노랑)는 유머와 인간미의 상징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을 대변하며, 전투 중에도 따뜻한 유머로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모모렌쟈(핑크)는 감성적이지만 강한 내면을 지닌 여성 캐릭터로, 당시 남성 중심 히어로물에서 ‘여성의 힘’을 상징하는 진보적 존재였다. 미도렌쟈(초록)는 중재자이자 평화를 상징한다. 이 캐릭터는 팀의 균형을 유지하는 조정자 역할을 맡으며,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면을 겸비한다. 이 색상 중심 캐릭터 구조는 이후 모든 전대물의 기본 설계도가 되었다. 각 캐릭터는 개성과 역할이 명확하며, 관객은 자신과 닮은 히어로를 찾으며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 이 심리적 연결 구조는 전대물이 단순한 ‘액션 장르’를 넘어 집단적 동일시가 가능한 문화 코드로 발전하게 했다. 또한, 고레인저는 단일 캐릭터 중심의 기존 히어로 서사에서 벗어나 ‘팀의 관계성’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멤버 간의 신뢰, 갈등, 화해는 인간관계의 축소판으로 작용하며, 이는 후대의 전대물뿐 아니라 ‘가면라이더 블레이드’나 ‘울트라맨 지드’ 같은 작품에도 서사적 영향을 미쳤다. 즉, 고레인저의 캐릭터는 단순한 색상의 조합이 아닌, 인간의 다양성과 조화의 철학을 시각화한 예술적 설계라 할 수 있다.